전시개요

전시소개 및 세계 식자들의 메시지

세계 식자들의 메시지

세계 여러 식자들이 ‘법화경 - 평화와 공생의 메시지展’에 보낸 메시지를 소개합니다.

오스카 폰 힌위버 박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명예교수

인도의 불교 역사상 처음으로 사본(寫本)의 간기(刊記)에서 신봉자들의 이름이 밝혀졌다
종교 및 신앙의 근거가 되는 경전으로서 또 종교사와 철학연구의 자료로서, 문서로서의 ‘법화경’은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할 수 있습니다. 독신자(篤信者: 종교에 대한 깊은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법화경’ 사본의 서사를 의뢰하고, 길기트(파키스탄 카슈미르 북서부에 있는 지방)의 승려들을 위해 경장(經藏)을 만들어, 자작나무껍질(초기의 종이)에 쓴 이 문헌을 여러 사람이 번갈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번에 전시한 사본을 통해 이러한 독신자들을 조명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중앙아시아에 전해진 사본에는 가장 오래된 ‘법화경’의 문장 흔적이 남아 있는데, 대부분 조각이 난 상태입니다. 이 자료로는 당시 사본을 사용한 불교도에게 ‘법화경’이 어떤 의미였느냐는 과제에 대해 고찰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법화경’에서 여러 번 역설되어 있듯이, 이 경전도 다른 경전처럼 ‘자신이 읽고, 서사하고, 다른 사람에게 읽어주고, 또 틀림없이 다른 사람과 함께 소리 내어 읽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길기트 경장에는 경전의 문장이 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발견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몇몇 경전의 마지막 부분에는 간기가 있고, 경문의 제목이 씌어 있습니다. 더욱이 경전을 봉납한 사람들의 이름이 씌어 있는 점이 흥미로운데, 이것은 인도(문화권)의 ‘법화경’ 유전(流轉)의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많은 기진자(寄進者)의 이름이 다음과 같은 정형적인 문구와 함께 씌어 있습니다. “이것은 ...의 신앙의 발로에 따른 봉납품이다.” 봉납자의 수좌(首座)에 자리한 인물은 ‘신앙심이 매우 깊은 재가의 사람(우바새<優婆塞>)’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들 불교도는, 폴 해리슨(미국의 불교학자)이 적절히 호칭했듯이, 우바새와 우바이(재가의 여성)로서 또 ‘불교를 깊이 신앙하는 사람’으로서 ‘실천자’의 면이 두드러집니다. 이 불교도 중에는 평범한 재가 신도로 단순히 가르침을 신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봉납자의 수좌에 있는 인물이 일대(一大) 불교집단의 선두에 서서 ‘법화경’을 헌납했는데, 이는 승려 세 사람의 지도에 따른 것으로 그중 두사람은 ‘가르침을 독송하는 사람들’이자 교단의 장로들입니다.

40명이 넘는 봉납자의 이름이 하나의 간기에 씌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름에서 나타내듯 배경이 다른 여러 민족의 인물이 열거되어 있는 점입니다. 그 지역의 불교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계 인물의 이름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법화경 사본’을 완성하는 데 관계한 인원수와 그 민족적 배경을 고려하면, 이는 틀림없이 중요한 대규모 사업이었을 것입니다. 사본을 봉납하는 목적은, 당연한 일이지만 공덕을 쌓기 위해서였습니다. ‘봉납자’중에 고인(故人)이 많이 포함되어 있음을 보아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법화경’을 서사하는 공덕이 반드시 고인에게 회향된다(그렇게 생각한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분명 고인 중 몇 명은 당시 살아 있는 봉납자의 친척이겠지요.

또 이 간기에 적힌 기록을 통해, 인도의 불교 역사상 처음으로 ‘법화경’을 신봉한 사람들의 이름이 밝혀졌습니다. 이렇듯 그 이름이 후세에 알려지고, 진심 어린 기진(寄進)이 오래도록 남아 공덕이 더해지길 바라는 봉납자들의 바람은 몇 세기라는 긴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길기트에서도 ‘법화경’을 연찬했다는 사실은, 이 지역의 호두르 근처 바위에 새긴 다보불(多寶佛)의 도상(圖像)을 보아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그림은 인도(문화권)에서는 유일합니다. 또 당시 이 지방을 다스리는 영주가 기진한 청동상 중 하나도 ‘법화경’ 독송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길기트 사본의 연구를 통해 6세기 말부터 8세기 초에 걸쳐 ‘법화경’이 이 지역의 불교도 및 불교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명확해졌습니다.